상소문_서해일기 제3장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상소문
2020년 10월 28일
해경의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상황은 대통령이 조카에게 보낸 답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다시 한번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 명의의 '상소문'을 청와대로 보냈다. 조선 시대도 아닌데 '상소문'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조금은 묘했지만 그동안 말 바꾸기를 밥 먹듯이 한 국방부와 황당한 해경의 부실 수사에 관 하여 묻고자, 또 이들의 만행을 멈추고자 이런 글을 작성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만큼 기대를 가졌던 것 같다.
조카가 처음 편지를 보낼 때는 청와대 행정관에게 연락하니 바로 나와 편지를 받아갔었다. 그런데 해경청장과 서욱 파면 등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나의 상소문을 받을 때는 뭔가 미심쩍은 행동을 취했다. 평소 기자들이 모여 있는 춘추관 쪽이 아니라 청와대 분수대 옆 골목길로 오라고 하더니 가로채다시피 편지를 가져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국정 발표를 하는 날이었다. 내 편지가 화제에 오르면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묻혀버릴까봐 그런 식으로 장난질을 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면밀하게 검토하고 보고 후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답변은 거의 2년 후에야 황당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해경청장 김홍희에 대한 해임 청구, 해경 수사정보국장 윤성현에 대한 해임 청구, 국방부 장관 서욱에 대한 해임 청구, 해경에서 타 기관으로의 수사 이관 요청 등의 내용을 '상소문'에 담았다.
상소문
존경하는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유족이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가족의 대표로 저의 의견을 여쭙고자 합니다. 국방부와 해경, 해군이 제 때에 적극적이고 소통이 원활한 연락을 취했더라면 충분히 살릴 수 있었고 남북한 관계까지 더 돈독하고 좋은 관계가 되었으리라 사료됩니다. 과연 정상적인 보고와 일각을 다투는 국민의 생명 앞에서 거짓과 진실이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먼저 어디서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할지 분노해야 할지 저희에게 닥친 너무나도 끔찍하고 고통스런 시간들이기에 기가 막힙니다. 처음 실종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머리가 하얗게 변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다음날 선박에 올라 상황 보고를 간략하게 듣고 바로 실종 수색에 돌입하였고 그 당시에도 해경 지휘 함정의 이탈과 군의 라이프자켓 전수 조사를 군사기밀로 치부하면서 조사를 했을 때만 해도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제발 살아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도했고 수색에 임했습니다.
9월 23일 15시 30분경 북한에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통일부, 국방부, 합참 지휘통제실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지금까지 알아보겠다고만 하고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수색에 돌입할 때 수색 세력의 증원을 요청했지만 단칼에 묵살당할 때까지만 해도 국가가 찾아 주겠지 하고 국방부와 해경과 해군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사살됐다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듣고 육지로 나와 수많은 인터뷰와 답변을 수 없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해경의 황당한 수사와 증거들
그동안 해경은 조류예측시스템을 4개 해양 전문 기관에 의뢰한 자료를 인용한 시스템을 한 달 동안 대국민에게 거짓말로 일관해서 말해 왔고 보고를 했던 바, 사고 당시 수많은 증언을 토대로 서풍이 강하게 불었고, 사고 선박의 항해일지는 북풍을 해경은 SE(남서풍)을 그리고 사고 시간도 신고 접수 시간을 선택했고, 조류. 해수면 온도 등 해상 컨디션도 해상과 불일치하는 기상청 자료를 인용하는 등 모든 것 들이 형식적인 자료로 부실 수사를 해왔고, 엉뚱한 곳에 시간을 할애 하여 말도 안 되는 프레임을 뒷받침하듯이 몰고 가는 파렴치한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수사 자료와 기본적인 수사에서 명확한 증거는 확보 하지 못한 채 반인륜적인 개인적 치부로 대충 부실 수사와 초동 수사 실패를 덮으려 합니다. 같은 날 사고의 수온이 발표할 때마다 다르고 직접 사고 현장의 사고 선박에서 남아있는 기록이 가장 중요한 수사 단서인데도 불구하고 부정확한 기상청 자료만을 인용합니다. 이런 해경이 수사 자격이 있습니까?
10월 22일 중간 발표 때와 국회의원들이 인천해경에 방문했을 때 자랑스럽게 브리핑한 내용중 선박 통신 장비인 VHF16번, SSB2318번 NAVTEX 통신으로 남한에서 북측으로 말하면 수신 가능하다는 점을 해경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해군도 이것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북측 해역에 중국 어선들도 있었기에 당연히 국제조난신호 송출은 기본이었고, 당연히 중국어 영어 방송까지 했어야 했 습니다. 이건 기만이자 이런 사람들의 말을 국민들이 어떻게 믿고 받 아들일지 의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2020년 10월 26일자 MBC방송에서 신안 갯벌에서 조개잡이 하다 바다에 해경 헬기가 긴급 출동해서 구조했다는 방송에서도 그러잖습니까? 단 몇 시간 만에 저체온증으로 공포를 느꼈다고 말합니 다. 동생은 무려 30시간을 해상 표류했고 그 상황에서는 인간의 모든 능력이 상실 또는 저하된 상태에서 구술했다는 말을 그들이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그 정보가 과연 법리적으로 증 거가 될까요?
동생이 부채 때문에 월북했다고 고집 피우는데 이미 2020년 6월 20 일부터 2023년 5월 6일까지 변제 계획이 있었고, 이미 판결까지 받아 성실히 채무이행을 수행 중이었는데 왜 무리하게 발표하고 수많은 댓글로 온 가족이 고통스럽게 시간을 보내게 만들었는지 대통령님은 즉각 이 수사 라인 전체를 해임하시고 그들도 똑같은 고통을 주어야 마땅합니다.
해경청장을 즉각 해임하여 주십시요. 이는 전 국민을 향해 해경 스스로가 무능력을 자처했고 청와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 것입니다.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꼴이 아니고 무엇이며, 국민들에게 불안한 안보와 국방을 여실히 보여주는 꼴 아니겠습니까?
해경은 실종과 실족에 대해서 그동안 발표하면서 언급도 안 하거나 미사어구만으로 그냥 어물쩍 넘겨왔습니다. 해경의 무자비하고 부실 수사와 발표로 인해 저희 가족들은 엄청난 댓글 공격과 저는 무차별 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은 이런 가해와 피해를 생각 했는지 부실 수사와 구조에 관한 책임 회피를 위해 수사기관이 엄중한 시기에 국민들이 보는 앞에 말도 안 되는 수사와 발표를 할까요?
감히 말씀드립니다. 해경청장과 윤성현 수사정보국장을 해임해 주십시오
-국방부의 말 바꾸기와 황당한 프레임
저는 전문 지식도 없지만 그동안 언론이나 뉴스를 통해 가장 중요한 통합방위법에 따라 합동신문조(국정원 ·합참·기무사 · 정보사·경찰청·해경)를 대공요원으로 구성해 조사와 분석을 한 다음에 월북이라고 발표를 했어야 정상 아니겠습니까? 수많은 국방·안보·외교·북한 전문가들도 이번 군과 해경의 발표에 의아해하고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북한 해역에 체포됐다는 첩보 때는 왜 구조하지 않고 해상에는 분명히 VHF 16번, 채널 SSB 2318번, 채널 NAVTEX가 있었고 국제조난신호의 송출을 안 했는지, 그리고 그 해역은 중국 어선들이 있어 영어·중국어 방송까지 가능하고 자국민 보호와 구출에 만전을 기 해야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라고 봅니다. 이는 해경과 해군에 통보했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저는 원양어선 항해사 5년, 원양선사 4년 반, 보트 개발 30 여년, 그리고 고향에서 주낙배를 2년 동안 운영해왔습니다. 이런 저에게 초등학교 수준의 말을 하는 국방부와 해경의 말에 어찌 수긍를 할 수 있겠습니까?
국방부에서 시신이 불태워졌다는 발표를 해놓고 나중에 말 바꾸기와 동생의 육성으로 월북했다는 말을 했다가 또다시 장난치듯이 말 바꾸기를 해온 바, 이는 저희 가족들의 가슴에 엄청난 난도질을 했고, 아 픔을 헤아려주는 조금의 배려가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국방부는 사고 한 달 동안 말을 몇 번이나 바꿨는지 헤아릴 수가 없으며, 자국민 보호에 국가의 존재와 국가는 무엇을 했으며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켰는가를 묻고 싶습니다.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유엔이나 국제 사회에 본 사건이 낱낱이 공개 되지 않았을 것이고 남북관계는 더 돈독해졌을 것이고, 북미 관계 또 한 더 꼬이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분명히 저는 기다려왔고, 인내했고, 충분한 시간을 통해 해결되고 정상적인 수사 결과와 답변을 기다렸습니다. 지키지도 못한 자들이 부실 수사를 공개하고 인격 을 유린하고 엄청난 2차, 3차 피해까지 견디게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자 헌법 수호의 국가이고, 단 한 사람의 생명에도 귀하게 여기는 나라입니다. 최고의 국가는 존경과 존엄이 함께해야 미래 국가로 성장할 것입니다.
유엔 인권위원회와 웜비어 가족들까지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도와 주는데 왜 우리나라는 자국민을 이토록 박해하고,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무참히 인권을 유린하고 가혹한지요? 존경하는 대통령님께서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기회와 과정 결과는 대통령님의 말씀대로 이번 동생의 사건에 적용되고 이뤄줬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기회는 철저히 외면당했고, 과정은 처참히 찢어졌으며, 결과는 무자비하게 유린당했습니다. 저는 대통령님의 국정 철학인 남북한 평화에 적극 지지하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과와 과정을 뛰어넘어 더 이상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안전과 평화 그리고 인격이 존경받는 세상이 왔으면 합니다.
아직 저희 가족들은 동생의 시신이나 유해도 못 찾았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동생의 명예회복과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하여 대통령님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사료됩니 다. 그리고 정확한 해명과 이유를 알기 위하여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해작 사령관, 2함대 사령관, 유엔사 사령관, 해경청장, 통일부 장관, 청와대 안보실장, 국정원 기조실장과의 면담을 대통령님께 요청드립 니다. 저는 괜찮지만 어린 조카들의 미래를 위하여 큰아빠와 어른들의 노력과 현명한 생각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더 이상의 비극을 방지하고 남북한 평화와 안녕을 위하여 유엔을 포함한 남북 공동 조사와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서해의 우리 함정 간 긴밀한 통신을 개방하고, 국제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남북한 당국자 회담도 촉구합니다. 또한 동생의 유해 송환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NLL 해역이 평화의 상징이자 미래 한반도의 성장통이 되는 계기로 북한 해역의 해수산물을 값싸게 매입하고, 우리의 선진화된 선박이나 장비로 물물교환하는 방법으로 북한과 교역이 아 닌 시범 사업을 통하여 남북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보는 방법도 좋다고 생각하여 감히 제안드립니다. 아무쪼록 환절기 건강 유의하십시 오. 감사합니다.
2020년 10월 28일
해수부 공무원 피격 실종자 가족 대표 이래진 올림
물론 청와대에서는 상소문에 있는 내용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가타부타 답장도 없었다. 아니 답장이 왔다. 거의 2년이 지난 2022년 5월, 대통령 퇴임 날 오전 11 시에 답변이 왔다.
"해당 사항 없음"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건에 관심도 없었고 이들이 유족을 얼마나 얕잡아보았는지 이 짧은 답장으로 여실히 보여주었다. 차라리 답장을 안 하거나 다음 정부로 넘긴다는 답을 받았다면 이렇게 분하지는 않을 것 같다. 마치 조롱당한 느낌이었다. 미리 답을 준비해놓았다가 염장을 지르듯이 시간 맞춰 던지고 도망갔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이렇게 문 대통령은 겉으로는 번지르르하게 말했지만 자기 모양내기 좋은 일만 골라서 했던 비겁한 대통령이었다.
이날 청와대에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다. 내가 청와대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하니 일부 언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행적을 공개하도록 보도했다. 청와대가 국방부 등 관계 기관으로부터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국방부 등에 어떤 지시를 했는지에 대해 정보 공개를 청구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대통령의 행적에 대하여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이 아니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행적에 관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국가기관이 동생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는데 지키지 못 한 점에 관하여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청와대 정보공개청구는 11월 6일 안보실로 이관되었고, 부득이한 연장으로 11월 24일 통보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11월 25일 청와대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전체 거부했다. 이유는 그냥 싫다는 거였다. 청와대조차 유족의 요청을 그렇게 깡그리 무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