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자진 월북' 증거 없다_서해일기_제5장 진실의 문에 한발 다가서다

최재욱튜브 2024. 11. 3. 18:34

'자진 월북' 증거 없다

     2022년 6월 16일

  국가안보실 고위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지난 정부와는 전혀 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소 취하로 현 정부가 고인의 이름을 밝히고 싶습니다."라며 동생 사건의 입장을 확실히 표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뒤집는 것이라고 정부 측이 공식으로 확인해 준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이에 나는 "당연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동생의 이름을 당당히 밝혀주십시오."라고 전하며 대통령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달했다.

  국방부는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증거는 없다."라며 "오직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만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라고 말했다. 해경도 북한군에게 살해된 공무원의 월북 여부를 수사했으나 북한 해역까지 이동한 경위와 월북 의도를 발견 하지 못했다."라며 당초 발표를 뒤집었다. 국가안보실은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게 살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안을 핑계로 유족에게 사망 경위도 알리지 않은 과거의 부당한 조치를 시정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서는 '무궁화 10호'의 참고인 조사 내용과 초동 조사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만 했을 뿐, 2 년 전 발표에서 월북 가능성을 제기하며 내놓은 근거들을 부 정하거나 기존과 다른 결과를 입증할 새로운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국방부 감청 자료를 통해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했다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취재진이 묻자, 김대한 인천해경 수사과장은 "당시에는 그 자료가 중요한 내용이었지만 더 이상 추가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묘한 답변을 했다. 김성구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은 "당시에도 이대준 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있다는 식으로 말했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라며 변명을 했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대준이가 "자진 월북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라는 취지의 발표였다.

  내가 꿈꿔온 일의 시작을 알리는 첫 단추가 드디어 채워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마음은 착잡하고, 생각은 더 북잡해지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였다. 다만, 국가안보실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제야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작동되는구나."라는 안도의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할 말은 많았지만 긴 숨고르기를 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전화 인터뷰가 쏟아졌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입장이 뒤바뀌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다. 내가 만일 해상 및 구조 문제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면 억울한 누명을 평생 동안 지고 살았을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됐다면 어린 조카들에게, 우리 가족 전체에게 최고 가장으로서 무슨 변명을 할 수 있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