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부모께 보낸 답신
2020년 10월 22일 오후
웜비어 부모에게도 답장 편지를 보냈다. 웜비어 부모가 우리 가족에게 보낸 편지는 내게 큰 용기를 주었다. 편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진상을 덮으려는데 급급한 문재인 정부에게도 압력으로 작용했다. 웜비어 가족에게 감사와 신뢰를 표했고, 북한 정권이 동생을 참혹하게 살해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정부는 왜 동생을 구출하기 위해 나서지 않았는지를 알고 싶다는 내용을 담았다.
웜비어 부모님께
먼저 저를 비롯한 우리 가족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위로와 지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똑같이 북한 정권의 반 인도범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습니다. 이 비극적인 슬픔 속에서 저 역시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 두 분을 향한 무한한 연대의 정을 느낍니다.
대한민국 공무원이었던 제 동생은 공무 수행 중 차가운 바다에 빠져 30시간 넘게 표류했습니다. 북한군에 의해 발견된 후에는 6시간 넘게 물속에서 끌려만 다니다 그대로 총살되었고, 시신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불태워졌습니다.
저는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북한 정권이 동생을 참혹하게 살해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동안 우리 정부는 동생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대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수차례 우리 정부에 최소한 유족에게라도 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저 기다리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동생의 죽음을 규명하고 북한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우리 정부는 오히려 명확한 근거도 없이 동생을 자진 월북자로 몰아붙여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우리는 월북자 가족이라고 손가락질당할 것이 두려워 동생의 이름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생의 여덟살 난 딸은 아직도 제 아빠가 살아 있는 줄 압니다.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웜비어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편지에 다시 힘을 내봅니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두 분께서 전 세계에 북한의 만행과 실상을 알리신 것처럼 이 사건의 진실도 언젠가는 밝혀져 정의가 찾아오겠지요.
오늘은 동생이 우리를 떠난 지 한 달째 되는 날입니다. 웜 비어 부모님께서 보여주신 불굴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저의 굳은 연대를 맹세합니다.
2020년 10월 22일
이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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